이별을 겪고 있을 누군가에게


상실의 시대와 100프로의 여자아이.

이별을 겪으며 혹시나 나보다 심한 발광에 떠는 사람은 잘 없겠지만 위로하고자 전하는 글

짧고 별 것도 없는 연애사에 매 이별마다 보는 소설인 것 같다.

내가 얼마나 고독한 인생을 살아왔고 감정적인 인간이였는지. 복음 접하고 덜해졌지만 그 전엔 진짜 9개월 사랑에 만나는 사람 동아리 친구마다 난리쳐댄게 육개월 정도였나.

그 동안 방안에 박혀서 울며불며 통곡통곡만 했던게 나다. 전남친 걔는 나보고 왜 하필 나냐 그러고 나도 왜 하필 너인지 모르겠다며 그냥 생각없이 자고 키스했는데 결과가 그렇게 됐고 그냥 시체마냥 살고 또 울었다.

상실의 시대는 어떻게 알게 됐는진 모르지만 나랑 잠깐이라도 만났던 모든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나는 그 시절에는 저런게 없다고 생각했고 잊혀지고 뭔가가 정리될 때까지 하염없이 돌아다니고 울었다. 사랑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면서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면서.

육개월이고 구개월이고 밤낮을 안가리고 통곡을 어디든지 해대서 동아리에서도 쫓겨나고 엄마 아빠가 지랄하고 .. 심지어 친구가 자살한다고 하니 신고해서 지구대에서 온 적도 있다

평균 육개월정도 방에서 꼼짝도 안하고 연애 코칭서를 무한히 보며 울고 있으면 어떤 컨디션 좋은 날에 어떤 사람이 왔는데 그렇게 우연히 시작된 말에 사랑에 빠진 적도 있었다.

그렇게 하다가 보다보다 너무 심하다 싶었는지 어떤 남자가 밥을 먹자고 했는데 그게 이번에 사랑에 빠진 남자였다.

그 남자가 나에게 전도를 해 주었었지만 나는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너무 심한 사람이여서 이년을 피해다녔다.

만난지 얼마 안있어선 일주일간 17시간씩 롤을 하고 며칠 밤낮 외로워 울어대는 것으로 나를 절제시켰다.

오늘 하루도 그냥저냥 망쳤지만 내일부턴 괜찮아질 것이다. 살다보면 답이 보일 것이다.

전부 신탓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울고있으면 진정된닺 오늘만 울고 내일부턴 까맣게 잊고 새시작을 하도록 하자

그래도 하나님 만나고 많이 좋아졌다 예전엔 저런 사랑이 있을까 했는데 지금은 모종의 믿음이 생겼다 있을 거 같다고. 구하면 주시리라 했으니까.

그래서 예전처럼 정처없이 일년 가까이 기차를 타고 모르는 곳에 가서 모텔에서 잠만 자다 자살하는 사람으로 오해받아 취조당하는 경우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번호를 지워버리려 노력할 때마다, 이상한 망상에 머리가 사로잡혀서 나를 다시 번호를 전화번호부에 추가시키려고 한다. 그것은 참 나에게 불가피하고 이상한 일이다.

여튼 그것은 습관적인 것이기도 하다. 어딘가에 전남친들 연락처를 적어놓았다 잊어버리는 일은.

이번에도 그래야 할지도 모르겠다.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하라주쿠의 뒤안길에서 나는 100%의 여자아이와 엇갈린다.
 

솔직히 말해 그다지 예쁜 여자아이는 아니다.
눈에 띄는 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멋진 옷을 입고 있는 것도 아니다.
머리카락 뒤쪽에는 나쁜 잠버릇이 끈질기게 달라붙어 있고,
나이도 적지 않다.
벌써 서른 살에 가까울테니까.
엄밀히 말하면 여자아이라고 할 수도 없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50미터 떨어진 곳에서부터
그녀를 알아볼 정도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의 여자아이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모습을 목격하는 순간부터
내 가슴은 땅울림처럼 떨리고,
입안은 사막처럼 바싹 말라버린다.
 

어쩌면 당신에게도 좋아하는
여자아이 타입이라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령, 발목이 가느다란 여자아이가 좋다든지,
역시 눈이 큰 여자아이라든지,
손가락이 절대적으로로 예쁜 여자아이라든지,
잘은 모르겠지만 천천히 식사하는 여자아이에게
끌린다든지와 같은 식의.
 

나에게도 물론 그런 기호는 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다가,
옆테이블에 앉은 여자아이의 코 모양에 반해
넋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100%의 여자아이를
유형화하는 일은 아무도 할 수가 없다.


그녀의 코가 어떻게 생겼었나 하는 따위는 전혀 떠올릴 수가 없다.
아니, 코가 있었는지 어땠는지도조차 제대로 기억할 수 없다.
내가 지금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그다지 미인이 아니었다는 사실 뿐이다.
왠지 조금 이상하기도 하다.
 

"어제 100%의 여자아이와 길에서 엇갈렸단 말이야."
하고 나는 누군가에게 말했다.

"흠, 미인이었어?"
 
라고 그가 묻는다.

"아니야, 그렇진 않아."

"그럼 좋아하는 타입이었겠군."

 
"글쎄, 생각나지 않아.
눈이 어떻게 생겼는지, 가슴이 큰지 작은지,
전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겠다구."

"이상한 일이군."

"이상한 일이야."

 
"그래서 무슨 짓을 했나? 말을 건다든가,
뒤를 밟는다든가 말야."
 

"하긴 뭘해. 그저 엇갈렸을 뿐이야."


그녀는 동에서 서로, 나는 서에서 동으로 걷고 있었다.
제법 기분이 좋은 4월의 아침이다.
비록 30분이라도 좋으니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녀의 신상 이야기를 듣고도 싶고,
나의 신상 이야기를 털어놓고도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981년 4월 어느 해맑은 아침에,
우리가 하라주쿠의 뒤안길에서 엇갈리기에 이른
운명의 경위 같은 것을 밝혀보고 싶다.


거기에는 틀림없이 평화로운 시대의 낡은 기계처럼,
따스한 비밀이 가득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난 후 어딘가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우디 알렌의 영화라도 보며,
호텔 바에 들러 칵테일이나 뭔가를 마신다.
잘만 하면, 그 뒤에 그녀와 자게 될지도 모른다.
가능성이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나와 그녀 사이의 거리는 벌써 15미터 가량으로 좁혀졌다.
 

자, 도대체 어떤 식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면 좋을까?

 

'안녕하세요. 단 30분만,
저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겠습니까?'
 

이건 너무나 바보스럽다. 마치 보험 권유 같지 않은가.


'미안합니다.
이 근처에 혹시 24시간 영업 세탁소가 없는지요?'
 

이 역시 같은 정도로 바보스럽다.
무엇보다도 내 손에 세탁물 주머니조차 없지 않은가.
누가 그런 대사를 신용하겠는가?

어쩌면 솔직하게 말을 꺼내는 편이 좋을 지도 모른다.

'안녕하세요. 당신은 나에게 100%의 여자아이란 말입니다.'
 

아니, 틀렸어. 그녀는 아마도 이런 대사를 믿지않을 것이다.
그리고 설령 믿어준다해도,
그녀는 나와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당신에게 있어 내가 100%의 여자라 하더라도,
나에게 있어 당신은 100%의 남자는 아닌걸요, 죄송하지만.'
 

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만약 사태가 그렇게 되면 나는 틀림없이 혼란에 빠질 것이다.
나는 그 쇼크에서 두 번 다시 회복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내 나이 벌써 서른 두 살, 결국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꽃가게 앞에서, 나는 그녀와 엇갈리게 된다.
따스하고 조그마한 공기 덩어리가 피부에 와닿는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 위에는 물이 뿌려져 있고,
언저리에서는 장미꽃 향기가 풍기고 있다.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 수도 없다.
 

흰 스웨터를 입은 그녀는 아직 우표를 붙이지 않은
흰 사각 봉투를 오른손에 들고 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 것이다.
그녀의 눈이 졸린 듯한 것으로 봐서,
어쩌면 하룻밤동안 그것을 썼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각 봉투 속에는 그녀에 관한
비밀이 전부 들어있는지도 모른다.


몇 걸음인가 걷고 나서 뒤돌아 보았을 때,
그녀의 모습은 이미 혼잡한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고 없었다.


물론 지금은, 그 때 그녀를 향해 어떻게 말을
걸었어야 했는가를 확실히 알고있다.
그러나 어떻든간에 너무나도 긴 대사이므로 틀림없이
제대로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내가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실용적이지 못하다.


아무튼 그 대사는 '옛날 옛적에' 로 시작되어,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지 않습니까' 로 끝난다.


옛날 옛적에, 어느 곳에 소년과 소녀가 있었다.
소년은 열여덟 살이었고, 소녀는 열여섯 살이었다.

그다지 잘생긴 소년도 아니었고,
그다지 예쁜 소녀도 아니었다.
어디에나 있는 외롭고 평범한 소년과 소녀였다.

하지만 그들은 틀림없이 이 세상 어딘가에
100% 자신과 똑같은 소녀와 소년이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렇게, 그들은 '기적'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기적은 확실히 일어났다.

어느 날 두 사람은 거리 모퉁이에서 딱 마주치게 된다.

"놀라워, 난 줄곧 너를 찾아다녔단 말야.
네가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넌 내게 있어서의 100%의 여자아이란 말이야."

하고 소년이 소녀에게 말한다.

"너야말로 내게 있어서 100%의 남자아이야.
모든 것이 모두 내가 상상했던 그대로야. 꼭 꿈만 같아."

두 사람은 공원 벤치에 앉아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언제까지나 실컷 얘기를 나눈다.
두 사람은 이미 고독하지 않다.
그들은 각기 100%의 상대자를 원하며,
자신은 그 상대자의 100%가 되고 있다.

100%의 상대자를 원하며,
상대자의 100%가 된다는 것은 그 얼마나 멋진일인가.
그것은 이미 우주적인 기적인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마음 속을 얼마 안되는,
극히 얼마 안되는 의구심이 파고든다.
이처럼 간단하게 꿈이 실현되어 버려도 괜찮은 것일까 하는 ...

대화가 문득 끊어졌을 때, 소년이 말한다.

"이봐, 다시 한번만 시도해보자.
가령, 우리 두 사람이 진정한 100%의 연인이라고 하면,
반드시 언제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될거야.
그리고 이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도 역시 서로가
서로의 100%라면, 그 때 바로 결혼하자구. 알겠니?"

"응, 알았어."

그리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서쪽과 동쪽으로.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시도해 볼 필요는 조금도 없었다.
그런 것은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진정 100% 완벽한 연인이었으니까.

그것은 기적적인 사건이었으니까.

하지만 두 사람은 너무나 어려서,
그런 것은 이해할 수조차 없었다.

그리고 정석처럼 비정한 운명의 파도가 두 사람을
마구 농락하기에 이른다.

어느 해 겨울, 두 사람은 그 해에 유행한 악성 인플루엔자에 걸려,
몇 주일간이나 사경을 헤맨 끝에,
옛날 기억들을 몽땅 잃고 말았던 것이다.

어찌된 일일까, 그들이 깨어났을 때,
그들의 머리속은 마치 D.H.로렌스의
소년 시절 저금통처럼 완전히 텅 비어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참을성 있는 소년과 소녀였기 때문에,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다시금 새로운 지식과 감정을 터득하여,
훌륭히 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다.

아아 하느님,
그들은 진정 확고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정확하게 지하철을 갈아타거나
우체국에서 속달을 부치거나 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리고 완벽하지는 못해도 75%의 연애랑,
85%의 연애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소년은 서른 두 살이 되었고,
소녀는 서른 살이 되었다. 시간은 놀라운 속도로 지나갔다.

그리고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소년은 모닝 커피를 마시기 위해, 하라주쿠의
뒤안길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하고,
소녀는 속달용 우표를 사기위해 똑같은 길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한다.

두 사람은 길 한복판에서 엇갈린다.
잃어버린 기억의 희미한 빛이 두 사람의 마음을 한순간 비춘다.
그들의 가슴은 떨린다.
그리고 그들은 안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의 여자아이란 말이다.

그는 내게 있어서 100%의 남자아이야.

그러나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의 빛은 너무나 연약하고,
그들의 언어는 이제 14년전만큼 맑지 않다.

두 사람은 그냥 말없이 엇갈려,
혼잡한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고 만다. 영원히.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지 않습니까.


그렇다.
나는 그녀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꺼내 보았어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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